오늘날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간과 수고를 줄여주는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씁니다.
배달비와 플랫폼 수수료가 계속 논란이 되지만, 이용률은 좀처럼 줄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히 비싸더라도, ‘귀찮음을 해결해 준다’는 편의성이 더 큰 가치를 주기 때문이죠.
이 글에서는 최근 부각되는 ‘귀찮음 프리미엄(convenience premium)’ 현상을 살펴봅니다.
배달·플랫폼 시장의 데이터와 소비자 행동, 그리고 경제학적 해석을 통해 왜 사람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편의를 택하는지 분석합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와 자영업자가 참고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 기준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데이터로 보는 ‘편의 프리미엄’: 수수료가 올라가도 수요는 왜 견조할까
배달비와 플랫폼 수수료는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 이용량은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배달앱 사용 이유의 1순위는 ‘외출이 귀찮음’(68.6%), 그 뒤를 ‘앱 사용의 편리함’(50.2%)이 차지했습니다.
특히 주요 플랫폼의 멤버십 구독자는 비구독자보다 월 주문 횟수가 약 2배 많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이 아닌 ‘편의성’ 자체가 소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줍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두 개 이상의 앱을 동시에 쓰는 ‘멀티호밍’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배달비와 혜택을 비교·체크하면서도 여전히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멤버십과 배달비 절감 혜택이 결합될수록 주문 빈도는 더 뚜렷하게 높아졌습니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024년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매달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해 ‘두 자릿수 성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배달비가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의 프리미엄’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공급 측면에서는 구조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중재로 2024년 말 주요 플랫폼은 중개수수료율을 약 29.8% 범위로 조정하고, 배달비를 1,9003,400원 사이로 책정했습니다. 일부 플랫폼은 주문 구간별 차등 수수료를 시범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 체감 비용은 배달비 상승, 메뉴가 인상, 포장 주문 수수료 적용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또한 ‘외식배달비지수’가 일부 하락세를 보였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메뉴 가격 인상과 결합된 ‘표시 방식 효과’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여전히 총액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 여부를 판단하며, 체감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들은 왜 ‘귀찮음’에 값을 매길까: 시간가치와 행동경제학
사람들이 비용보다 편의성을 우선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가치입니다.
2025년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배달이 30분을 절약해 준다면 최소 5,015원의 가치가 발생합니다.
배달료가 3천 원이라면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셈입니다.
특히 맞벌이 가정, 영유아 돌봄, 피로 누적 상황에서는 이 시간가치가 훨씬 더 높게 평가됩니다.
여기에 행동경제학적 요인이 결합합니다.
우리는 즉각적 보상을 과대평가하는 현재편향(present bias),
익숙한 것을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 가입한 멤버십이나 적립 체계, 자주 쓰는 앱은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또 결제 단계가 간소화될수록 ‘지불의 고통’은 줄어 소비는 늘어납니다. 원클릭 결제, 자동결제 기능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해외 연구에서도 ‘편의 프리미엄’은 수치로 확인됩니다.
글로벌 투자기관 모건스탠리는 “소비자는 평균 약 5%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도 단건배달·빠른배송(퀵커머스)·멤버십 경쟁이 심화되며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라스트마일(집 앞까지의 마지막 구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라스트마일은 전체 배송비의 30~50%를 차지합니다.
단건배달의 확산, 도심 혼잡, 주차와 엘리베이터 대기, 비 오는 날이나 늦은 밤의 추가 위험 등은 비용을 높입니다.
따라서 중개수수료를 낮춰도 배달비는 쉽게 줄지 않습니다.
예시로 살펴보면, 맑은 날 1.2km 배달은 17,400원(메뉴 15,000원+배달비 2,400원).
러시아워 3km 배달은 18,700원, 폭우가 내린 날 2km는 18,900원에 이릅니다.
반면 직접 픽업은 배달비가 없지만 왕복 3550분이 걸립니다.
시간가치로 환산하면 약 5,8008,300원으로, 실제로는 배달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최근 소비자는 단순 편의성뿐 아니라 가치소비도 고려합니다.
PwC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서비스에 평균 9.7%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즉, 편의와 가치가 결합할 때 ‘귀찮음 프리미엄’은 더욱 커집니다.
소비자·사장님을 위한 체크리스트: 합리적 ‘편의’ 선택법
① 소비자 — 시간 절약값 계산하기
픽업 대비 절약 시간 × 시급으로 계산해 보세요. 예를 들어 25분을 절약하면 약 4,179원.
배달비가 이보다 낮으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② 소비자 — 멤버십 손익분기점 따지기
월 구독료 ÷ 건당 절감 배달비 = 손익분기점. 예를 들어 4,900원을 내고 건당 2,000원을 절약한다면
월 3회 이상 주문해야 이득입니다.
③ 소비자 — 멀티호밍 활용하기
같은 가게라도 앱마다 배달비·메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이미 두 개 이상 앱을 사용하니 비교 후 주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④ 소비자 — 표시 방식 주의하기
‘배달비 0원’이라도 음식값이 더 비쌀 수 있습니다. 총액(메뉴+옵션+배달비+할증)을 기준으로 판단하세요.
⑤ 사장님 — 진짜 비용 계산하기
중개수수료·배달비·광고비·PG수수료·부가세 등 모든 항목을 합쳐 주문 1건당 총비용을 계산해야 손익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⑥ 사장님 — 수요 분산 전략
러시아워에만 몰리는 주문은 라이더 비용을 높입니다.
따라서 ‘픽업 할인’, ‘공동주문’, ‘비혼잡 시간대 할인’을 운영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⑦ 모두 — 정책·시장 변화 점검하기
정부와 플랫폼의 정책은 수수료, 배달비, 광고비 등 비용 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줍니다.
수수료 상한제나 단일화 논의가 어떻게 바뀌는지 꾸준히 체크해야 합니다.
귀찮음 프리미엄 은 투자다
배달 서비스는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 주는 수단입니다.
절약된 시간으로 휴식·돌봄·성과를 얻는다면 배달비는 사치가 아닌 합리적 투자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상황에 맞는 기준선을 정하고, 숫자로 계산해 습관화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귀찮음 프리미엄’은 새는 돈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